[열린 광장] 세계인의 ‘깐부’가 되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에 돌풍을 일으킨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가 지난 9일 79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TV 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한국 배우 최초의 경사여서 온 국민과 해외동포 특히 연극인들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연극배우 박정자 선생은 “오영수는 무대를 통해 자신을 담금질하고 또 이겨내고 그 불길 속에서 타오르는 배우”라고 평가했다. 5년 전 연극 ‘장수사회’로 LA를 찾았던 원로배우 신구 선생은 그에 대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배우는 아니더라도 항상 연극 속에서 조용하게 자기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진정한 배우”라고 말했다. 지난 58년 동안 200여 편의 연극을 통해 묵묵히 연기자의 길을 걸어온 원로 연극인이 이제는 세계인의 ‘깐부’가 됐다. 다시 한번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쾌거를 축하한다. 오영수 선생과 LA 한인들과의 만남은 국립극단 배우 시절인 1994년이다. 그 당시 국립극단 단장인 (고)장민호 선생의 배려로 국립극단 대표 작품인 ‘피고지고 피고지고’(이만희 작, 강영걸 연출)를 LA다운타운 엘에이 시어터에서 5회 공연으로 무대에 올릴 수 있었다. 이 작품 속에서 ‘국전’역으로 분한 그는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철학적 주제를 노련하게 유머로 이끌어 가면서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내게 했다. 그때 빛났던 연기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이 초청 연극을 계기로 동포사회에서는 연극에 관심이 일기 시작했고 이후 대학로 우수극단 초청연극이 20여편이나 이뤄져 그야말로 동포사회는 연극 르네상스 시절이었다. 그 추억을 생각하며 공연에 참가했던 (고)장민호, 오영수, 김재건, 이문수, 송봉숙 등 국립극단 연기자와 스태프, 작가 이만희 교수, 연출 강영걸 선생, 그리고 LA출신 연극인 친구 한대호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지금 대학로 티오엠 극장 1관에서는 오영수 선생이 골든글로브 수상을 전후해 선택했던 연극 ‘라스트 세션’(마크 세인트 제미인 작, 오경택 연출)이 전체 예매 순위 1위를 기록하며 대학로 연극계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이 작품은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2년 동안 775회 공연 기록을 남기며 2011년에는 미 최우수연극상을 수상했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은 보석 같은 연극이다. 그는 이번 작품에 대한 소회에서 “‘오징어 게임’을 통한 수상 이후 주변에서 나를 많이 띄워 놓았는데 자제력이나 중심이 흩어지지 않을까 걱정하던 차에 품격 있는 좋은 연극을 만나 다시 중심을 잡을 수 있어 다행이다”며 “소중한 관객들의 시간이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의 삶에서 나오는 진솔한 말에 고개가 숙여진다. 연극 ‘라스트 세션’이 한국에서 서울과 지방 공연의 일정을 마치고 LA 무대로 찾아와 그를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광진 / 문화기획사 에이콤 대표열린 광장 세계인 연극배우 박정자 원로 연극인 국립극단 배우